1. 비가 그쳤습니다. 비오는 동안 불분명했던 어떤 것들이 선명해졌고요. 맞아요, 불분명해서 위로가 되는 단어들, 그런 것들은 모두 순간일 거예요. 클릭 몇번, 전화 몇통으로 멀리 떠나는 상상을 해보다 덜컥 표를 예약했어요. 다시 스무 살 즈음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. 모르는 걸 모르고 아는 것도 몰라서 끔찍했던 그 때가, 난생 처음 그리웠어요.
1-1. 단어와 단어 사이를 오가는 일이 힘들어 잠시 쉬었습니다. 할 말이 없다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었을 거예요. 주어는 갈피를 못잡고, 형용사는 거짓말 같고, 수 많은 쉼표는 숨이 막히고, 그렇게 쓴 세월은 낡고 지루해만 보였어요. 흩어진 마음을 모아도 예전의 반이 되지 않습니다.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. 비가 그쳤고,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.